사람 인형극으로 마무리 한 우리교육 문제풀기
-「극단함께사는세상」의 『천일야화』를 보고나서
전국 유일의 무상급식 무관심 지자체로서 총 800억 예산으로 소수 1%를 위한 일반고 기숙사(약 80~100명/학교) 짓기에 힘을 쏟고 있는 대구광역시에서 오랜만에 교육 마당극이 선보였다. 「극단함께사는세상」이 21회 정기공연(2011년 4월 21일~5월 1일)으로 『천일야화』(작, 연출: 김재석)를 대구 대명3동에 위치한 ‘씨어터 우전’에서 공연한 것이다. 따스한 봄날, 5명의 배우가 만든 교육의 『천일야화』는 봄의 밤꽃 피듯이 무대 위에 만발하여 관객의 마음속으로 번져갔다.
『천일야화』를 연출한 김재석은 오래 전 『서서 잠드는 아이들』, 『신태평천하』로 교육극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연극인이어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할 수 있겠다. 5개의 판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마당극 형식과 교육 주제 선택에 대한 도입 내용 부분에 이어서 학벌 패거리 현실(천년만년 살고지고), 부모 꿈 실현 위한 아이교육(네 꿈은 내가 결정해!), 영어교육 최고 세상(기획 양육의 시대라!), 바람직한 교육 미래(난 꿈이 있어요) 등의 내용을 담았다. 90여분 공연 시간 동안 관객은 한 편의 연극을 즐기는 구경꾼으로만 머물지 않고 배우와 교육현실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확장하는 기쁨이 소극장 내외로 넘쳐났다 하겠다.
이제 『천일야화』의 연극적 장점을 차근히 살펴보기로 하자. 무엇보다, 한 작품에서 한국전통극 양식을 포함한 다양한 연극 기법을 두루 사용한 것은 교육문제의 다양성만큼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틀과 근거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난 꿈이 있어요’ 판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인형극’이라는 창의적 마당극 기법을 사용한 것은 한층 도드라졌다. 그것은 일종의 ‘배우 연기 인형극’인 셈이다. 실제로, 젊은 관객들이 평소 익숙해 있던 컴퓨터 게임 속 인물이 보여준 분절동작처럼, 배우들은 리듬을 타면서 끊기는 동작과 발화를 되풀이하였다. 그것은 신선한 양식적 도입이었고 생기발랄한 시도였다.
물론 인형연기자가 크고 작은 인형을 조정하여 표현하는 인형극만으로 공연되는 작품은 비일비재하지만, 배우가 인형이 되어 인형처럼 연기하는 예는 드물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전통 남사당패놀이에서도 손으로 인형을 조정하는 ‘꼭두각시놀음’이나 발로 인형을 조정하는 ‘발탈’의 경우도, 연희자가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하여 인형을 조정하면서 직접 발화하여 인형 목소리를 내지만, 배우가 신체 전체를 동원하여 인형처럼 연기하는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천일야화』는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 다양한 마당극과 서구 무대극 양식 안에 제각각의 교육 내용을 담아냈는데, 구체적으로 탈춤, 무대극, 판소리, 인형극 등의 극적 양식을 두루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그리고, 『천일야화』는 이 땅의 교육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극작가의 시대정신이 돋보인다 하겠다. 지구촌에서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의가 가장 높고 경쟁도 심한 한국에서 교육문제는 이미 전 국민의 관심사 문제가 되었지만, 정작 그 문제를 예술문화 쪽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오히려 흔치 않게 되었다. 아마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마다 쏟아내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다루어야 좋을지 고르기가 어려워서 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천일야화』는 대학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가 꺼낼 수 있는 적절한 카드로 보인다. 무한경쟁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달려가다 최근에는 교수와 대학생이 연이어 자살하는 현실 속에서 교육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천일야화』는 다양한 소재의 교육적 내용을 배우의 적절한 역할 바꾸기로 잘 버무려 내었다. 대부분 관객들이 익숙히 아는 교육 관련 소재의 극 내용이어서 자칫 진부할 수 있었지만, 배우의 역할 바꾸기가 극 진행 속도를 높여 지루함을 극복하도록 해 주었다. 구체적으로, 5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수많은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연희자가 나름대로 연기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박희진의 소리 능력과 탁정아와 서민우의 반짝이는 재치가 돋보였다.
덧붙이자면, 마당극이 관객의 개입까지 수용하여 판마다 진화해 가는 연극인 점을 전제로 한다면 비평자의 제안도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천일야화』에서 마당극을 설명하면서 교육문제를 소재로 다루게 되는 도입 부분에 할애한 15분의 시간을 다소 줄일 수 있다면 한결 나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천년만년 살고지고’ 부분에서 4명의 연희자가 사용한 가면은 대사전달이 더 잘 되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네 꿈은 내가 결정해!’ 부분에서는 재봉과 명아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춤과 노래가 좀 더 본격적으로 어우러진 극 양식으로 뽑아낼 수 있다면 뮤지컬클럽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훨씬 잘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오랜만에 「극단함께사는세상」이 다뤄 준 이 땅의 교육문제가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극화되어 또 다른 『천일야화』속에서 이야기꽃으로 줄이어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동시에 마법등잔과 지니의 존재를 매개로 한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또 한 편의 마당극 『천일야화』에서는 우리 교육의 대안과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선보여 주었으면 한다. 어허라 이 세상 사람들아, 감겨진 이 땅 교육문제 실타래를 ‘함께사는세상’ 배우들과 풀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