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열의 문화 플러스.....

김사열 약력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2002~현) -극단놀이패탈 및 극단함께사는세상 단원(극작 및 비평, 1983~현) -대구민예 총 회장(2005~2009) -대구광역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대구축제조직위원회 위원(2005~2009) -대구광역시 동구 팔공문화원 원장(2008~2012)
독립영화 : 탈북과 경쟁 속 소통과 상실
2017-04-20 13:16:52 | artkorea | 조회 2796 | 덧글 0

독립영화 <무산일기>: 탈북과 경쟁 속 소통과 상실

 

김사열

 

심장을 움켜 쥔 바로 그 영화'로 알려졌던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2011년 5월 7일 오후 2시 20분 대구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에서 였다. 탈북자 문제를 다룬 독립영화로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휩쓸었다는 소문이 필자로 하여금 <무산일기>를 관람하게 만들었다. 실제 영화관에서는 관람객이 평소 다른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상영 때보다는 확실히 많았지만, 관객석이 가득차지는 않았다.

 

영화 <무산일기> 줄거리

 

독립영화 <무산일기>는, 탈북자 전승철이 남한 사회로 와서 힘들게 적응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리얼하게 담담한 영상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125'로 시작되는 특별한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탈북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일자리를 얻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승철은 거리의 벽보 붙이기, 노래방 웨이터 등을 거치면서 힘들게 살아간다. 그런 중 주일날 교회에서 숙영을 만나는 일을 낙으로 삼아 살아간다.

 

영화 <무산일기>의 주인공 승철은 남한사회에 와서 기대와 달리 탈북자 동료들과 거리의 조폭들에게 냉대와 무시, 폭력 등으로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유기견인 '백구'와 친하게 되어 순수함으로 서로 친밀함을 나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백구'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림으로써 승철은 마음 둘 데가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탈북자브로커 일을 하던 탈북자 친구 경철이 일이 잘못 되어 쫓기게 되면서 승철에게 숨겨 둔 돈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승철은 그 돈을 찾아서 관객의 예상과 달리 건네주지 않고 자신을 위해 쓰게 되면서 주인공의 한국사회 정착을 암시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여기선 남도 이기고 나도 이겨야 해요!"

 

탈북자 눈이 드러낸 한국사회 비판

 

<무산일기>라는 영화 제목에서, '무산'은 북한 함경북도에 있는 도시로 주인공 전승철의 고향이다. '피폐한 민둥산이 되어버린' 북한의 무산을 떠나 승철이 옮겨 온 서울은 그로서는 또달리 '재산이 없는' 무산이기도 한 것이다. 한 마디로, <무산일기>는 북한 출신의 한 젊은 남성 새터민이 남한에 와서 겪는 고단한 삶의 여정을 그린 영화인 셈이다. 만약 젊은 남성 탈북자의 남한 적응이 그렇게 어렵다면 북한이주민 중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나 어린아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상상이 되지 않는가!

 

<무산일기>는 탈북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인간 삶의 보편적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박정범 감독은 <무산일기>를 통하여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한 개인으로서 양심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영화 <무산일기>는 승철이가 노래방에서 아는 노래가 찬송가 밖에 없어서 찬송가를 불렀다고 정직하게 말하지만 사장인 동료 교인으로부터 오히려 부정직하다고 일자리를 쫓겨나게 됨을 보여준다. 또한, 너무 높은 경쟁의 벽 속에 갇힌 주인공이 진심으로 소통할 대상을 찾지 못하여 동물과 반려하게 됨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제의 무거움이 막아 낸 세련됨의 부족

 

독립영화로 제작된 <무산일기>는 비록 큰 자본을 배경으로 탄생하는 일반 상업영화의 세련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극도의 리얼리즘'과 '절제된 영상과 내러티브'가 큰 무게를 선사해 준 영화였다. 한 새터민이 행복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온 서울에서 행복할 수 없는 현실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 탈북자들 삶의 현실은 아마도 영상에서 표현된 내용이나 수준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다.

 

자본에 물들지 못한 순수함을 포기할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에서 적응이 가능하게 된다는 <무산일기>의 설정은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그것은 박감독을 포함하는 우리 모두가 순수하게 살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는 자기 고백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탈북자를 매개로 한 북한과 남한의 현실 문제라는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가 영화의 대중성을 감소하게 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그 무거움은 오히려 독립영화가 가진 여러 가지 물질적 지원의 부족이 가지는 한계를 상쇄하게 해 준 면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 기술적 부족은 심도 깊은 주제성으로 적절히 덮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무산일기>는 지구촌에서 마지막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상의 즐거움과 가벼움 이면에 가려진 그늘과 어둠을 겨레통일 이외의 어떤 밝은 빛도 가리기는 어려움을 한 탈북자의 삶을 통해 드러내어 주었다. 그것은 2011년 3월말 기준 2만 명 넘는 북한이주민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고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전승철처럼 그들이 만난 현실은 부적응과 어려움으로 고단한 삶의 모습일 수 있음을 배경으로 분단겨레 문제가 <무산일기> 이편으로 한층 도드라진다 하겠다.

 

영화관람 뒤판

 

이번 <무산일기>의 대구 상영은 비록 1회의 특별 기회이었지만, 관람 후 감독 박정범과 배우 2명을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어서 다소간 특별하였다. 수준 높은 관객들은 오랜만에 영화 스텝들을 직접 만나게 된 기쁨을 대답하기 힘든 질문으로 성찬하였다. 감독과 배우는 솔직한 대답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너그럽고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이어진 무수한 영화 뒤판의 이야기, 바야흐로 거기서 <무산일기> 후편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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