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위의 우리 음악이야기.....

주영위 약력
-서울대 국악과, 한양대 국악과 대학원, -국립국악원, KBS 국악 관현악단 부수석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이수자, -대구광역시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전통음악학회 이사, -경북국악관현악단장 및 상임지휘자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교수
4.우리의 사랑 이야기
2017-04-20 14:15:43 | artkorea | 조회 1262 | 덧글 0

신분까지도 초월하여 사랑의 귀감이 되는 완전한 Endless Love, 「춘향가」 중 ‘사랑가’

춘향가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 조선 영조 때 천안의 목천 사람 유진한 이 쓴 『만화집』에 한문시 200구로 적힌 춘향가의 사설이 있고, 같은 시대 남원 사람 양주익 이 쓴『무극행록』에 병자35세 저춘몽연 이라는 기록이 있으므로 이미 숙종 때부터 있지 않았나 추측할 따름이다.

소설가로 유명한 월탄 박종화 선생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유진한과 양주익은 몰락한 양반으로서 불우하였다. 이에 그들은 사회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게 되었고 그리하여 저항정신을 갖게 되었거니와 이 저항정신이 춘향에 탁해져「춘향가」와「춘향연」을 짓게 되었다. 춘향가는 겉으로 드러나듯이 단순한 열녀의 이야기일 뿐이 아니라 안으로는 양반에 대한 저항정신이 담겨 있기도 하다.

기생인 춘향이 어사또의 정실부인이 된다는 사실은 봉건적인 신분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춘향가에는 진실을 갈구하며 인간 해방을 희구하는 서민들의 강한 욕구가 짙게 깔려 있다.

춘향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으로는 경판본, 외판본『춘향전』을 비롯해『열녀춘향 수절가』,『만고열녀 옥중화』등 수십 종에 이르고 이야기의 원류만도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판소리 춘향가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의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노래다. 단오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춘향과 이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었다가 아버지의 근무지 이동으로 이별을 하게 되고, 고을에 새로 부임한 신임사또가 춘향에게 수청들 것을 요구하자 죽음을 불사하고 이를 거절하여 옥고를 치른다. 이때 과거에 급제하여 어사가 된 이몽룡이 나타나 죽음직전의 춘향을 구하고 사랑의 승리를 거둔다는 줄거리로써 현전 판소리 다섯마당 중에서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참고] Opera「La Traviata」와 판소리「춘향가」의 비교

영화「귀여운 여인(원재: Pretty Woman)」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줄리아 로버츠가 한 의류매장에서 최고급 옷들을 걸쳐보며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던 장면일 것이다.

쇼핑하는 동안 나오던 영화주제곡 Roy Orbison의 ‘Oh! Pretty Woman’은 극의 분위기를 더하는 중요한 요인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국내 여러 CF에 삽입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주제곡 말고도 이 영화에서는 주옥같은 명곡이 많이 사용되어 사운드트랙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는데, 사운드트랙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또 다른 명곡이 이 영화 속에 숨어있다.

베르디의 유명한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라 트라비아타」는 한 창녀와 고위층의 청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오페라이다. 신데렐라처럼 낮은 신분의 여인이 고위층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주제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오페라가 아니었나 싶다.

바로 영화에 삽입되었던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와 우리의 판소리「춘향가」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여보자.

오페라와 판소리의 비슷한 점이라면 노래로 된 극이라는 점일 것이고, 다른 점이라면 오페라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판소리의 경우 1인극이라는 점일 것이다.(*La Traviata: 방황(타락)하는 여인/ La=여성형 정관사, Traviata=타락한, 방황하는)

 

비올레타 vs 성춘향, 알프레도 vs 이몽룡

우선 두 작품은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것도 사회적인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리라 예상되어진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두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오페라「라트라비아타」에 등장하는 여 주인공 Vioietta는 우리나라 과거 흑백영화 시대의 「미워도 다시한번」,「홍도야 우지마라」,「카츄사」등의 신파극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매우 흡사하다.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뭇 남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몹쓸 병에 걸려 미래가 희미한 창녀인 비올레타, 이에 비해 판소리「춘향가」의 성춘향은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문장력도 뛰어나고 비록 반쪽 양반이긴 하지만 양질의 교육과 좋은 환경에서 자란 고운 소녀다. 그녀에 대한 묘사는 다음과 같다.

 

‘설부화용雪膚花容 남방으 유명하여 감사, 병사, 목부사, 군수, 현감, 관장님네 무수히 보라허되, 장강壯姜의 색과 설도薛濤의 문장이며, 이비二妃의 정절행을 흉중에 품었으니, 만고여중에 군자옵고, 어미는 기생이나 근본은 양반-

(해석: 눈처럼 흰 살갗과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남쪽으로 유명하여 감사, 병사, 목부사, 군사, 현감, 관장 등이 무수히 보다고 청하는 인물로서 중국 춘추시대의 위나라 장공의 아내인 장강의 아름다움과 중국 당나라의 여류시인 설도의 문장을 갖고 있으며 중국 요임금의 두 딸인 아황과 여영의 곧은 절개를 가슴에 품고 사는 학식과 덕행이 뛰어난 여자이고, 비록 어미가 기생이지만 양반의 핏줄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렇지만 그녀 역시 폐기의 딸이다. 때문에 변학도라는 난봉꾼의 부름에 따를지 않는다하여 옥에도 갇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두 연인의 운명은 어떤가? 비올레타는 애초부터 사랑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다. 자신의 처지에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자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로 처음 알프레도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만다. 그러나 둘은 곧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토록 사랑에 불신하던 비올레타도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헌신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춘향 역시 도도함으로 이몽룡의 구혼을 거절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했던가? 둘은 눈이 맞은 바로 그날 밤 거사를 치루고 만다.

그렇지만 둘의 사랑은 평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신분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출연하여 비올레타를 설득한다. 이에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위해 그를 떠나버리고 전후 상황을 알지 못하는 알프레도는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춘향가」의 경우도 이몽룡의 아버지가 한양 행을 명하게 되고 두 사람 역시 눈물겨운 이별을 맞는다. 이렇듯 흡사한 상황에서 춘향과 비올레타는 약간 다른 논리를 갖고 있다.

비올레타의 경우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희생의 논리를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춘향은 죽음을 불사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쟁취의 논리를 갖고 있다. 두 인물이 다른 방향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올레타는 춘향이 갖고 있는 당당함을 지니지 못한 인물이다. 비록 춘향역시 폐기의 딸이지만 양가집 규수가 가져야할 덕목을 쌓아가며 성장하였기 때문에 도도함을 갖고 있었던 것에 반해 비올레타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빈곤하기만 했던 것이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도 ‘일편단심’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알프레도는 자신의 가족이나 신분은 안중에도 없고 사랑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조금은 몽상가와 같은 인물이라면, 이몽룡은 아버지가 한향 행을 명하자 두말 않고 올라가는 조금은 비정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이 두 작품에서 보이는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이란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다.

사랑의 결말

결론적으로 두 작품의 결말 역시 어느 정도 비슷하다. 판소리「춘향가」의 결말은 한마디로 해피앤딩happy ending이다. 두 사람의 장애가 되었던 인물 변학도를 ‘암행어사 출도야’라는 호령과 함께 멋지게 등장하는 이몽룡이 벌하고, 옥에 갇혀있던 춘향을 구해내어 축제의 분위기로 막이 내린다. 오페라「라 트라비아타」도 서로의 오해가 해소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던 알프레도의 부친 역시 비올레타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간됨을 높이 평가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이미 병세가 악화된 비올레타가 결국 새로운 시작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점이다.

정렬부인으로 봉해지며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나날을 약속받은 춘향에 비해 연인의 품속에서 눈을 감는 비올레타는 살아온 세월만큼 기구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둘 중 누가 더 행복한 것인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비올레타는 그래도 사랑을 간직한 채 눈을 감지만 춘향이 과연 이후 이몽룡과 죽기까지 행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국악잡지 일부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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