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위의 우리 음악이야기.....

주영위 약력
-서울대 국악과, 한양대 국악과 대학원, -국립국악원, KBS 국악 관현악단 부수석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이수자, -대구광역시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전통음악학회 이사, -경북국악관현악단장 및 상임지휘자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교수
클래식음악 대부분 18-19세기음악, 우리음악 낡았다는 건 억지
2017-04-20 14:17:12 | artkorea | 조회 929 | 덧글 0

클래식 대부분 18~19세기 것
우리 음악 낡았다는 건 억지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진리라면 서양 음악과 국악은 다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음악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한국사람들은 서양의 고전 음악은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에 애호하는 데 비해, 모국어(母國語)에 비유할 수 있는 국악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주된 이유는 국악이 아무리 우리의 선인들이 애호하던 음악이라 할지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음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애호되는 서양 클래식의 대부분이 18~19세기의 '낡은 것'이지 결코 20~21세기의 현대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클래식을 오래 듣다 보니 오히려 17세기의 바로크 음악, 심지어 그 이전의 르네상스 음악이나 중세의 그레고리안 찬트가 좋아진다고도 한다.

따라서 국악이 시대에 뒤떨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즐길 수 없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반면 서양 음악가들이 국악을 듣고 그 높은 예술성에 매혹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난 루 해리슨(Lou Harrison), 알란 호바네스(Alan Hovhaness), 마우리치오 카겔(Mauricio Kagel), 장 클로드 엘로이(Jean-Claude Eloy),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 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국악을 듣고 그 예술성을 격찬했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은 사실 "서양의 18~19세기 음악은 서양의 근대 문화권 내에서 공통어"라는 뜻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서양 클래식이 만국 공통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들이 아직 서양 근대 문화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서양의 음악학자들은 자신의 음악을 말할 때 그냥 '음악(music)'이라 하지 않고 '서양 음악(Western music)'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39년 게오르그 헤어초크(George Herzog)가 "음악이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라고 갈파한 뒤부터 이에 공감해서 생겨난 현대적 관행의 하나인 것이다. 지금 서양의 음악학자들은 음악은 어느 민족이나 사회 집단 전체의 문화적 기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문화권의 음악관, 음악 양식, 음악 어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고, 어느 문화권의 음악이 예술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지녔다든가 발전된 것이라는 주장은 독선적인 민족 중심주의적(ethnocentric) 판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선진 사회를 이룩하면 할수록, 그만큼 서양 문화에 길들여지고 거꾸로 자기 문화는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공허감과 허전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에, 거꾸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70년대부터 점증되어 왔다. 특히 음악 교육에서 국악에 대한 비중이 차츰 높아져 오늘의 젊은 세대는 반세기 전에 비한다면 국악에 대한 인식도 현격하게 좋아졌다.

그런데 이번에 만들어진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위한 '즐거운 생활'의 실험본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에서 국악의 비중이 대폭 축소된 것은 19세기적 서양 문화 우월주의로 되돌아간 듯한 시대착오적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21세기는 다문화(多文化) 시대다. 다문화 시대에 고유 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민족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지구촌 시대의 세계 문화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일 것이다. 고유 문화의 바람직한 계승은 전통적인 것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전승하고, 동시에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아울러 창조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황병기, 조선일보. 2008.10.18.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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